하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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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탕, 김순경, 김희영, 맛 칼럼니스트, 설렁탕, 이 맛을 대대로 전하게 하라, 하동관, 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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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탕그릇에 수육과 양포를 얹는 할머니. 하동관 곰탕은 수육과 양포 이외에 얹는 것이 없다.
3. 기름을 말끔하게 걷어낸 맑은 국물을 붓는다.
4. 맑은 국물에 양지와 양포를 얹은 하동관 곰탕

 

중탕, 재탕 없고 오후 4시 30분이면 문을 닫는다

하동관은 지난 70녀 년간 한 번도 탕을 더 끓이거나 탕이 남아본 적이 없다는 것이 전통이고 자랑거리다. 종로통에 행사가 있거나 복날이라도 겹치면 오후 2시면 끝나기 일쑤였다. 언젠가 청계천에서 영화인들의 시위가 있었던 날에는 1시 반에 문을 닫아, 그날이 문 닫은 최단시간 기록이라고 한다.

곰탕과 설렁탕은 원래 사촌지간이라지만, 서울식 곰탕과 설렁탕, 해장국은 엄연하게 구별 짓는다. 곰탕에는 사골과 양지를 중심으로 내장이 들어가야 하고, 설렁탕은 본래 사골과 양지만 들어가야 제격이다. 그리고 해장국은 시원한 맛을 내기 위해 잡뼈로 국물을 내고 내장과 선지로 내용을 채워주며 우거지가 들어간다.
특히 하동관 곰탕은 서울 반가촌의 전통을 그대로 이은 것으로, 한우 암소의 사골과 양지, 내장인 곱창과 대창, 양이 들어가고 맛을 더 돋우기 위해 곤자소니(소의 창자 끝에 달린 기름기 많은 부분)가 반드시 들어간다. 하지만 상에 올릴 때는 양지수육과 양포만 깔끔하게 얹어 낸다.

탕을 끓이는 방법도 까다롭다. 국솥을 지켜보며 익힌 감각을 그대로 물려받아 감으로 이뤄낸다. 따라서 65년을 지나오면 서울 할머니 3대로 이어져온 손맛은 밖으로 새어나갈 수가 없다는 것이다. 지금도 40년을 신명처럼 지켜온 국솥은 누구에게도 맡긴 적이 없고, 매일 들어오는 한우 암소고기는 소의 산지와 도축장이 명기된 축산물 등급판정 확인서가 꼭 따라온다.

그래도 쇠고기의 상태에 따라 더 넣을 것과 뺄 것을 가려넣고, 국솥이 끓기 시작하면 기름이 떠오르는 모습과 은은하게 퍼지는 육향을 감 잡아 양포와 정육을 차례로 건져내고, 서너 시간 열을 축적해가며 맑게 가라앉힌 뒤 기름을 말끔히 걷어낸다. 이렇게 끓인 탕국은 잡스러운 것이 섞이지 않은 순수한 고기 국물만으로 중탕이나 재탕 없이 밥을 말아낸다. 암소 한 마리가 들어간다는 큰 솥은 대략 450그릇이 나온다.

사진 393

새콤한 깍두기 국물을 부어 먹으면 더욱 부드럽다.
늘 먹어도 물리지 않고 이 사이에 끼는 것이 없어 개운하다.

70여 년간 한집에서 들여온 한우(암소고기)

하동관 국 맛의 바탕이 되는 한우(암소고기)는 70여 년간 한집에서 들여온다. 하동관 탕 맛이 유별날 수밖에 없는 첫 번째 조건이다. 한번 믿음을 주면 끝까지 함께한다는 할머니의 신뢰감을 바탕으로 60년이 넘게 한집에서 하동관 탕 맛을 뒷받침해오고 있는 셈이다. 이 정육점 역시 팔판동 북촌 마을에 있다. 2대에 걸쳐 70년 가까이 전국 우시장을 돌며 직접 한우 암소만을 도축해온다는 집이다. 크게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서울의 토박이 명문 집들이 수십 년씩 단골로 찾고 있고, 하동관을 비롯해 소문난 음식점 몇 곳에 한우 암소고기를 대주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받은 쇠고기가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더 깊은 이치를 엿볼 수 있다. 솥에 쇠고기를 안치고 우러나는 국물 색깔과 냄새 등을 맡아보면서 푹 삶아야 할지 또는 알맞게 삶아 언제쯤 건져내야 할지 육감으로 판별해내는 것이다. 최고의 맛을 그날그날 감으로 살려낼 뿐 딱 정해진 조리 시간이 없고 맛도 언제나 꼭 같지는 않다는 것이 할머니의 설명이다.

그래서 어떤 날은 맑고 담백하고 어떤 날은 구수하고 깊은 맛이 나는데, 손님들도 그날 그날 기분에 따라 입맛이 변하니까 어떤 이는 기분 좋아라 하고 어떤 이는 좀 싱겁다며 깍두기 국물을 넉넉하게 부어 먹기도 한다. 그러면서 하동관 곰탕 맛의 기준을 손님들 스스로 정해놓고 인이 박히면 40년, 50년씩 단골로 찾는 것이다. 한마디로 62년을 이어오는 정육점과 할머니의 손맛을 거치고 다시 고객들의 입맛으로 이어지는 신뢰의 결실이다. 즉, 하동관 곰탕의 맛은 최상의 한우 암소고기와 할머니의 육감으로 이뤄내서 손님들의 입맛으로 판별된다는 이야기다.

 

book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소중한 손맛의 주인공들과 가깝게 지내온 맛 칼럼니스트 김순경이 소개하는 대물림 맛집과 우리 음식 이야기,
이 맛을 대대로 전하게 하라』

서울 반갓집 곰탕 맛을 그대로 살린 김희영 할머니의 하동관 곰탕, 김광자 할머니의 영암어란, 1929년에 문을 연 진주 천황식당 김정희 씨의 진주비빔밥 등 소박한 음식 상차림이지만 손님들이 대를 이어 찾아와 줄을 설 정도로 세상이 알아주는 우리 음식의 진수.

* <이 맛을 대대로 전하게 하라>에 실린 하동관 내용 중 일부 발췌.
다음 이야기는 story 3에서 이어집니다.